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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성격이 점점 더 비뚤어진 이유와 무관치 않았다.


    6

배덕 행위


같은 시간, 태극은 오랜만에 만나는 이와 마주 앉아 있

었다.

바로 대학 후배인 김종탁이었다.

녀석이 자신의 취임식에 가문을 대표해 축하 사절로 왔

다는 것을 알았지만 만날 겨를이 없었다.

지금도 노회장을 모셔 드리고 우호적인 손을 내민 이들

과 일일이 인사를 한 뒤였다.

“오래 기다렸지?”

“아니요. 천천히 풍림장을 둘러봤습니다.”

“부산의 제 본가도 내로라하는데 이곳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저 작은사랑채 수준이었습니다.”

“하하, 그럴리가 있겠냐 커피 할래?”

“아니요. 술 한 잔 주십시오.”

사실 취임식이 있었던 날이니 태극이 한가할 리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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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같은 솜씨로 지은 이 정자, 누가 지었는지

알아?”

“내 아버지가 장장 2년에 걸쳐 지으셨다더군. 어머니가

꾸며 놓으신 이 화원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셨다더군.”

ㅍ각별한 곳이군요.”

“속이 상하는 것은 두 분의 얼굴이 이제는 희미하게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야”

그 안에 함축된 의미를 아는 것일까?

종탁은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 한 번 정원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알던 태극은 시골 출신의 의지 견고한 바른 생

활 사나이였다.

남들보다 어려운 환경에 늘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뚜렷

한 목표를 향해 굳건하게 가던 선배였다.

전공은 물론 다양한 강의를 청강까지 하면서도 장학금

은 놓치지 않던 천재였고, 특히 자기 관리가 아주 철저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생활이 철저히 가려졌다.

편의점, 식당 아르바이트를 가리지 않던 그가 돌연 보

이지 않아 벌이가 좋은 중고생 과외를 하는 줄 알았다

워낙에 똑똑하니 알아서 앞길을 잘 챙기는가 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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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신이 주도하는 동아리에 어렵게 초대도 하며

교분을 쌓아 나갔는데 졸업과 동시에 멀어졌다.

본인은 누구보다 태극을 가까이 두고 싶었는데 느닷없

이 고려 그룹에 입사를 하면서 일이 틀어져 버린 것이다.

종탁은 포부가 큰 남자였다.

비록 6남매 중에 막내였지만 그는 가주가 될 꿈을 포기

하지 않았다.

“난 형과 많은 일을 함께하고 싶었어요”

“신성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능력이 출중해야겠

지 본인이나 측근들이나.”

“네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앓는 소리는! 네가 지난 2년 만에 이룬 성과에 대해서

는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 그렇게 죽는 소리 할 거 없다”

“하하하 손에 닿기도 어려운 먼 곳에 이른 형이 할 말

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저에 대해 알아보셨다니 기

분은 좋네요.”

“나나 너나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 아닐까? 수면 아

래 있을 때는 저절로 감춰졌지만 존재감이 드러나는 순

간, 사방에서 이빨을 드러내는 법이거든.”

“그래서 전략적 제휴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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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신성과 풍림 장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압니다.” 

“하지만 제가 무관하다는 것은 굳이 말씀 드릴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태극은 뜻밖의 제안을 꺼내 놓은 종탁을 한참 쳐다봤다.

종탁은 일말의 거리낌도 없는 당당한 태도였으나 태극

은 이 결정이 얼마나 중요 한지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

었다.

종탁은 성골 중에 성골이다.

신성 그룹의 가주는 이성곤 노회장과 한국 경제를 이끈

쌍두마차라는 칭송을 받는 김원창 노회장이다.

올해 89세의 나이로 이성곤 노회장과는 친구처럼 지낸

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서로 개 닭 보듯 하는 게 사실이고.

동래 김씨는 대대로 자식들이 다복한 편이었다.

종탁의 부친이자 장남인 김성수 회장은 아래로 두 명의

남동생과 세 명의 여동생이 있다고 들었다.

그들 여섯 형제자매가 신성 그룹을 전 방위로 커버하고

있는 가운데 종탁도 위로 세 명의 형과, 누나까지 두 명

이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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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사촌들이 20명도 더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인

해 전술을 연상케 하는 집안 내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 그래야만 하지?”

“경이 우리 가문에 가지고 있는 반감은 이해해. 하지만

적당한 타협점이 있다고 난 생각해.”

아무리 종탁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은 어불성설이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라 다른 상대였다면 불 같

은 분노를 표출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태극이 신성 그룹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수위를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알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약자의 당한 자의 고통과 원한을 알기에는 그가 너무

도 평탄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까?

차라리 사실 관계를 정확히 몰라서 하는 말이기를 바랐다.

그것을 확인할 기회는 더 있기에 일단 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네 어려움은 뭔데?”

“대운투자의 도움이 필요해 자금력이 얼마나 돼?”

“한서를 따돌리고 키워 온 신성 금융이 있잖아. 김태수

대표와 불편한 관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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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해 키웠는데 그게 오히려

우리의 목줄을 죄고 있어, 김태수와 김희수의 연합 세력이”

자신의 숙부와 고모의 이름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는 것부터 그룹 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대변했다.

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성 그룹의 내부 사정을 염탐

하기 위해 수연은 백방으로 힘을 쏟고 있었다.

하지만 철통같은 보안 때문에 웬만한 일도 알기가 힘들

었다.

그런데 힘의 중심에 가까이 있는 종탁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고급 정보들을 접하게 된 것이다.

거암(巨巖)처럼 탄탄해 보인 신성도 실은 내부에서부터

곪아 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어느 기업이나 항상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하지만 권력 다툼이라면 이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김태수 대표가 돈줄을 쥐고 흔든다는 말이군. 게다가

김희수 신성 전자 대표가 그를 은근히 밀어주고?”

“최근 우리 신성 자동차가 주춤하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아요.”

하지만 쌍둥이 고모들은 네 부친 편으로 알고 있는데?”

“둘이나 되지만 너무 나약해 오히려 잿밥에만 관심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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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도 저도 아닌이 숙무(-叔%) 야 지분도 얼마 

되지 않고,”

“신성 항공의 김학수 대표?”

“아버지의 최측근이었는데 갑자기 회색분자로 변했어.”

“그렇다면 정말 심각해진 거네…….”

생각할수록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드러낼 수는 없었고 어쩌면 종탁을 통해 내분을

과열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당분간은 내

실을 기하는데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지노가 대

박을 터트리고 있는 이 시기에 호텔과 관광, 카지노를 맡고 

있는 김옥수 대표가 엄한데 정신을 팔고 있다는 사실만으

로도 호재였다.

“너와 발을 맞추는 건 나도 환영이다. 하지만 먼저 분

명히 해 둘 게 있어.”

“전 그보다 대운 투자에 대한 답부터 듣고 싶은데? J&S”

“정말로 싱가포르 진씨 가문의 J&S가 대운 투자의 뒷

배인 거야?”

“아니 그들과는 다른 사업을 계획 중이야“

다만 한국의 금융시장이 만만한지 지금 넣은 것보다 더 

쏟아붓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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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해. 물론 나는 아직 그들의 자금 두자를 더 받을지

고심 중이고,,

사실이었다.

그들은 대운 투자의 가파른 성장세를 예의주시하고 있

었다.

마카오에 기계 1,000대를 집어넣음과 동시에 태극은

대규모 리조트 스타일 카지노 사업 계획서 초안을 이미

보냈다.

고려 카지노를 설계할 당시, 장기 플랜에 있던 것을 마

카오의 실정에 맞춰 조금 손을 본 것에 불과했지만 진일

융은 크게 만족했다.

게다가 대운 투자에 더 깊이 관여하고자 했던 이유는

사실 태극이 무심결에 던진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바로 오우치 가문과의 연계에 관한 것이었다.

스스무 가주의 전향적인 의향도 있었지만 그보다 확실

한 것은 세츠카와의 동업 사실이 결정 적인 역할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종탁의 입에서 바로 그 얘기가 언급되었다.

“형, 오우치 가문이 연관되었다는 것도 사실이야?”

“너 세츠카 오우치 양을 알아?”

“알지, 당연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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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 이미 사업을 하고 있다면 대답이 될까?”

“이미 동업을 하고 있다고? 일본에서?”

“조만간 한국에 들어올 거야 시간 되면 식사나 같이하자”

“그, 그래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종탁이 원하던 대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대운 투자의 지분은 그들에게 한 주도 주

지 않았다는 사실을 종탁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바란 것은 도리어 대운 투자의 주식이 아니라

일본에서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LS 갬블머신 컴퍼니 주

식이었다.

그것 또한 태극의 중요한 수입원이지만 대운 투자를 깔

고 갈 더 큰 그릇, 풍림장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지만 이제는 그 들의 생각도

바뀔 가능성이 높았다. 

대운 투자가 풍림장을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풍림장, 그들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최근 잠자고 있지만 풍림장이 한반도를 오랫동안 지켜

온 호랑이라는 것을, 오히려 작금의 평가는 그들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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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풍림장의 안전을 담보할 주식을, 자신을 찌를 칼

이 될지도 모를 그것을 그들에게 쥐여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개처럼 벌어들인 돈, 벌써 수익을 내고 있는 일본 LS

갬블머신 컴퍼니를 모두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풍림 

장은 지킬 것이다.

자신의 꿈이자희망이며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될까?”

“네 말씀하세요”

“네가 바라는 것들을 주면 넌 내게 뭘 줄 수 있지?”

“뭘 원하십니까?”

“두 가지다.”

종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건만 녀석의 마음은 이

미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똑똑한 녀석도 역시 욕심 앞에서는 정신을 차리

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하기야 욕심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권력 투쟁의 한복판에 떨어졌으니 나무

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놔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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